얼마전 환경다큐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는 프로그램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티셔츠 한 장이나 청바지 한 개를 만들기 위해 약 2700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입는 옷들의 60% 이상이 합성섬유로 만들어지는데, 합성 섬유란 플라스틱과 같은 말입니다.
또한 옷을 버리는 것이 플라스틱을 버리는 것과 같으며, 버려진 옷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의류폐기물의 70%가 합성섬유이며, 합성섬유 옷을 빨면 빨수록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져나오고, 폐수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가 결국 우리의 밥상으로 되돌아옵니다. 또한, 이런 합성섬유를 매립하면 미세 플라스틱으로 쪼개지고, 소각하면 온갖 유독물질이 공기를 오염시킵니다.
합성섬유는 플라스틱이다
합성섬유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 연료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집니다. 합성 섬유에는 일반적으로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 등이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유행한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사람들은 싼 맛에 옷을 유행에 따라 쉽게 사고 쉽게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의류폐기량은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불어났는데, 1초에 무려 2톤이 넘는 옷이 버려진다고 합니다.
전세계의 탄소배출량에서 패션산업 비중은 10%에 이릅니다. 합성섬유는 원료가 되는 석유를 시추하고 원사를 뽑아내기까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원사로 원단을 만들고, 표백하고 염색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엄청난 수질 오염을 발생시킵니다. 합성섬유를 한번 세탁할 때마다 7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며, 바다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의류폐기물을 줄이려면
의류폐기물을 줄이려면 사람들이 옷 구매를 줄이거나, 의류가 단순폐기물이 되지 않도록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유럽연합은 의류폐기물양을 줄이기 위해 패션기업들이 2028년까지 의류폐기물 수거 및 재활용의무를 부과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의류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은 전세계적으로 12%에 불과하며, 그 가운데 면이나 마 같은 천연섬유의 재활용을 제외한 합성섬유의 재활용 비율은 0.1%에도 못 미칩니다. 또한 단일소재로 만든 의류일 경우에만 가능하기에 의류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혼방제품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합성섬유를 원료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고온 고압의 공정설비가 필요하며 그 부산물이나 촉매는 인체나 환경에 유해합니다. 설비투자 비용이 높고 에너지 소비량도 높다보니 경제성 측면에서도 고려되기 어려웠습니다. 현재 합성섬유를 기술개발을 통해 합성원료 이전의 원료 물질로 되돌릴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혼합 폐섬유를 재질별로 분리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의류폐기물이 재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옷이 단순폐기물이 되지 않도록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할 것입니다. 쉽게 옷을 사고 버리지 말고, 옷을 구매할 때는 환경을 생각하여 합성섬유보다는 천연섬유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임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유기농 면, 대나무 섬유, 재생가능한 소재로 만든 섬유 등 친환경소재로 만든 의류는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덜 소모되며 피부자극도 적어 건강에도 더 좋습니다.
옷을 닳도록 입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질리거나 잘 안 입어서 버리려는 경우에는 형제 자매나 지인이 혹시 입을 수 있나 생각해 보고 권하는 문화도 필요할 것입니다. 나에게 불필요한 옷이 누군가에게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으므로 나눔이나 기부 등으로 내 옷이 끝까지 효용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오래된 미래' 라는 말은 환경오염이 심화되는 요즘 같은 때에 항상 기억해야 할 단어입니다.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사람들이 나눠쓰고 절약하고 아껴쓰던 행위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오래된 지혜입니다. 내가 걸친 옷이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나의 선택이 바뀔 수 있습니다.